여객선 좌초, 안전 불감증 드러낸 해상 교통 시스템

v경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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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23일 오후 9:00

발행: 2025년 11월 22일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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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해상 여객선 좌초 사고는 선장의 조타실 이탈, 항해사와 조타수의 휴대전화 사용 등 심각한 안전 의무 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로 드러났다. 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 범위 과다와 인력 부족 문제도 제기되며, 해상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전 불감증이 빚은 해상 참사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체계적인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이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에 돌진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267명 중 30명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임산부 승객까지 탑승한 상황에서의 사고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의 핵심은 선장과 항해사들의 기본적인 안전 의무 소홀이었습니다. 선장은 위험 구간인 협수로를 통과하는 동안 조타실을 비우고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했고, 일등항해사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느라 항로 감시를 소홀히 했습니다. 조타수 역시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이런 중층적 과실들이 겹치면서 피할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책임회피와 직무유기의 현장

사고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욱 심각한 실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장은 3시간 30분 동안 조타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 후에는 일부 선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정황까지 확인되었습니다. 협수로 구간에서는 선장이 직접 조종을 지휘해야 한다는 선원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셈입니다.

일등항해사는 구속영장 심사에서 "승객들께, 특히 임산부 승객께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이미 벌어진 사고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는 사고 지점 약 1,600m 전부터 방향을 틀어야 할 지점에서 휴대전화에 집중하다가 족도를 발견한 지 불과 13초 전에야 조타수에게 지시했는데, 이는 평소보다 3분가량 늦은 대응이었습니다. 자동항법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수동 운항의 기본을 잊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상 관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이번 사고는 선박 측의 과실뿐만 아니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시스템적 한계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목포 VTS는 성남시 면적보다 넓은 352㎢ 해역을 단 2명의 관제사가 1시간 30분 교대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VTS 관제 면적은 2.3배 증가했지만, 관제사 인력은 1.8배만 늘어나 관제사 1명당 담당 해역이 오히려 넓어졌습니다.

국제항로표지협회 기준으로는 관제석 1개당 최소 9.4명의 관제사가 필요하지만, 목포 VTS는 6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관제사 증원 없이 감시 해역을 넓히는 것이 해상교통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관제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해경은 선장에게 중과실치상 및 선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는 이미 구속되었습니다. 또한 VTS 관제사 3명을 상대로 당시 항로 이탈 경보 시스템이 꺼져 있었던 점 등 관제 대응의 적절성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관제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분석까지 진행되는 등 수사는 모든 각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해상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원들의 안전 의식 개선은 물론이고, VTS의 관제 시스템과 인력 보강, 자동항법장치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 마련 등 종합적인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책임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만이 진정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