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고에 맞선 경제 비상체제
김민석 국무총리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1970년대 오일쇼크에 준하는 ‘거대한 파고’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본격적인 경제 비상체제로 돌아섰는데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 산하에 총리 본부장의 범정부 ‘비상경제본부’와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의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맞물려 복합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첫 번째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생필품 수급 문제였습니다. 김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험했던 마스크 품귀 현상과 요소수 사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유사한 사회적 고통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중동발 물품 수급 차질이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각 부처에 지시한 상태입니다.
총력 대응에 나선 5개 실무대응반
정부의 대응은 거시경제·물가, 에너지 수급, 금융 안정, 민생 복지, 해외상황 관리 등 5개 실무대응반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우선 물가 안정을 위해 전국 1만 개 주유소의 유류 가격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또 나프타(석유화학 원료)에 대한 긴급수급조정조치와 요소·요소수의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철저히 집행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석유, 가스, 나프타의 수급과 가격 동향을 집중 점검하고,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수요 관리에 적극 나설 예정이며, 민간 차량 5부제 확대 같은 강력한 조치도 검토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으로 오를 경우 현재 공공부문에 적용 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100조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적극 집행하고, 피해 기업과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규모를 기존 20조3000억원에서 24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와 사회복지시설 운영 지원, 의약품 등 필수 품목의 수급 차질 대비책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쟁추경 집행과 장기화 대비
정부의 가장 강력한 대응 카드는 재정 투입입니다. 초과세수를 활용한 이른바 ‘전쟁추경’을 3월 31일 국회에 제출하고, 4월 중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총리는 이 추경이 신속히 집행되어 민생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요, 이번 위기 대응의 성패는 정부의 신속한 재정 집행과 현장 감각 있는 대책 이행에 달려 있을 전망입니다.
동시에 정부는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첫 회의에서도 장기화 시 추가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해외상황관리반을 통해 중동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을 지속 점검하고 주요 원유·LNG 생산국과의 협의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김 총리는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하며, 에너지 절약과 사재기 자제 같은 범국민적인 동참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총력 대응이 예상되는 경제 충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과거의 교훈을 살려 선제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