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동안 무방비로 무너진 고가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가 철거 작업 중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는 사실 12시간 전부터 예고됐습니다. 새벽 2시 30분쯤 거더 한쪽이 2.9cm나 주저앉는 이상 징후가 포착됐지만, 아무런 보강 조치도 없었고 열차 운행도 계속됐습니다. 결국 붕괴 직전까지 166대의 열차가 위험 구간을 통과했고, 그중에는 42명의 승객을 태운 KTX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만약 붕괴가 5분만 더 일찍 일어났다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감리단장, 현장관리소장,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 직원과 행인 3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직후 서울시와 시공사 흥화는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 인정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관련 서류를 확보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시공사 흥화, 과거에도 안전 위반 수차례
수사 과정에서 시공사 흥화의 안전 관리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전국 21곳 현장을 감독한 결과 9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고, 2016년 이후 총 36건의 행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과태료 15건, 시정조치 20건, 사법처리 1건 등입니다. 이번 현장에서도 사전에 단차가 발견됐지만 버팀대 설치나 교통 통제 같은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서울시는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코레일에 즉시 통보하지 않아, 국토부가 철도안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발주처인 서울시가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가 핵심 쟁점인데, 대법원은 2020년 인천항 갑문 사건에서 단순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주목됩니다.
2호선 운행 중단과 긴급 철거 재개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서울시는 28일 0시부터 압쇄 공법을 이용한 철거를 재개했습니다. 4대의 유압 압쇄기를 부착한 굴삭기가 투입돼 고가 외부 잔여 구조물을 부수는 방식입니다. 파편 낙하를 막기 위해 철판 2cm와 모래 2m를 철로 위에 깔아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총 29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며, 15시간은 철거, 14시간은 잔해 정리에 할당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을지로입구역 구간이 오전 6시 30분까지 전면 통제됐고, 출근길 시민을 위해 대체 버스 17대가 투입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점검을 마친 후 5시 51분부터 정상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철거 작업은 30일 새벽 5시까지 마무리돼 경의선 첫차부터 정상 운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형 공사장의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