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사라진 대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케이티 재커라이어 백악관 대변인이 취임 나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역대 최단명 대변인이라는 불명예인데요. 사임 배경에는 변호사 자격 사칭 논란과 첫 브리핑에서의 미숙한 대응,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 겹쳐 있었습니다.
재커라이어는 취임 직후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어느 주에서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첫 공식 브리핑은 14분 만에 끝났고, 보수 성향 매체 세 곳의 질문만 받은 채 마무리됐습니다. 전임자인 캐럴라인 레빗이 40여 분간 질의응답을 이어간 것과 비교되면서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죠.
중국 발언이 부른 외교 파장
여기에 외교적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재커라이어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제대로 된 화장실조차 없다"고 발언했고, 이는 삽시간에 확산됐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회가 될 때 중국을 자주 방문하길 환영한다"고 응수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직책을 재고해 보라"고 언급한 뒤 사임이 공식화됐습니다.
흔들리는 비서실장, 그리고 권력 다툼
문제는 이 사건이 단순한 인사 참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재커라이어를 폭스뉴스 숀 해니티 프로그램에 배치해 해임을 유도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내부 소식통은 이를 "윗선이 승인한 공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백악관 공보국장은 "추측에 불과한 소설"이라며 반박했고, 폭스뉴스도 섭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가 재커라이어를 발탁할 때 충분히 협의받지 못했다는 이른바 '패싱' 논란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참모들의 외국 정부 자문 활동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장 등 후임 비서실장 후보들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에 대해 "대단한 사람"이라며 공개적으로 신임을 보냈습니다. 다만 지지율이 최저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만큼, 백악관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