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이어진 '삼겹살' 담합의 실체
서울동부지검이 국내 대형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6개 유통업체와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6년 동안 납품 가격을 짜맞춘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담합 규모는 총 1조 2천억 원에 달하며, 이 기간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판매가는 최소 20% 이상 부당하게 올랐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삼겹살과 목심 등 주요 품목의 견적가를 사전에 조율했으며, 경쟁 입찰을 가장하기 위해 몇 백 원씩 미세한 가격 차이만 두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주 가격 정보를 교환하며 납품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식품 분야에서 가격 정보 교환 담합으로 검찰이 기소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비밀방과 조직적 증거 인멸
담합은 2017년 이마트가 납품 견적 가격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가격 경쟁이 사라지자 업체들은 매주 제출하는 견적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입찰 하한선을 맞춰왔는데요. 처음에는 개별 연락으로 시작했지만, 2021년 11월부터는 '삐에로방'이라는 텔레그램 비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를 초대해 인수인계까지 할 정도로 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입니다. 일부 업체는 메신저 대화방을 삭제하고 전산 자료를 없앴으며, 법무팀장이 "모른다고 우기라"고 지시하거나 가격 정보가 담긴 수첩과 캐비닛 자료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한 업체는 법무팀 직원이 영업팀장에게 경쟁사 연락 자료 삭제를 조언하는 등 내부적으로 치밀한 대응 체계를 갖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수사 방해 행위를 주도한 임직원 4명을 추가로 기소하며 조직적 범행 은폐 정황에 무게를 뒀습니다.
대형마트 가격이 움직이면 시장 전체가 흔들립니다
이번 담합의 피해는 대형마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가격은 일반 소매점과 골목상권 정육점의 기준 가격이 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마트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동네 정육점들도 단가를 맞춰 인상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떠안게 된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담합 적발 이후의 가격 변화입니다. 2024년 소비자물가가 1.9% 상승했고 도매가격도 올랐음에도, 대형마트 삼겹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했습니다. 이는 담합 기간 동안 가격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로, 검찰은 이를 핵심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검찰은 법인에 대한 과징금이나 벌금만으로는 담합 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가담 정도가 큰 개인들까지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격 담합을 넘어 서민의 식탁과 직결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