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7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은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요. 표면에는 화합의 제스처가 오갔지만, 막상 주요 현안으로 들어가자 여야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협력’을 외쳤지만, 추경안 처리 방식, 개헌 논의, 그리고 ‘조작 기소’ 국정조사 문제를 두고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습니다.
추경안 논의에서 드러난 팩트체크 공방
회담은 이 대통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손을 맞잡게 하는 모습으로 시작됐습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노력이었죠.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자 공방은 점차 격해졌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기 사업’이라 불리는 ‘짐 캐리’ 예산 306억 원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이 예산이 전쟁 추경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즉각 팩트체크에 나섰습니다. 해당 사업이 중국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만약 사실이라면 해당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지시하며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려 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이 제안한 유류세 인하 등 ‘국민생존 7대 사업’에 대해서는 여야 간 시각 차이가 컸습니다. 야당은 현금 지원보다 유류세 인하가 더 실질적이라 주장했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중임 안 한다고 선언하라” 개헌 둘러싼 신경전
개헌 논의에서 여야의 평행선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 강화, 지방자치 강화 등을 담은 개헌안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결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 대통령이 중임이나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국민에게 먼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연임 시도라는 의혹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읽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야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과 정치적 현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청와대는 이후 대통령이 연임 질문을 회피했다는 일부 보도를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 반박하기도 했죠. 지방선거와의 동시 개헌 추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논의 시기를 선거 이후로 미룰 것을 주장했습니다.
‘조작 기소’ 국정조사, 여야의 넘을 수 없는 선
가장 날선 공방이 오간 것은 ‘윤석열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문제였습니다. 국민의힘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라며 국정조사의 연기 혹은 중단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판을 재개해 공정하게 받는 것이 낫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이를 ‘국가폭력’이자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쟁점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을 피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이 문제는 여야가 양보하지 않는 난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회담은 30분이 넘는 머리발언과 팩트체크 공방 속에서도 ‘민생’이라는 공통분모를 확인했다는 평가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추경안의 세부 항목, 개헌의 전제 조건, 국정조사의 당위성에 관한 근본적인 대립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위기 앞에서 내부 단결을 호소했지만, 정치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이번 회담이 향후 국회에서 벌어질 본격적인 법안 심사와 예산 처리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