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180조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나란히 예정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으로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이미 공개했고, SK하이닉스는 매출 96조98조원대에 영업이익 75조9000억77조원이 예상됩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184조원 안팎으로, 지난해 양사 연간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규모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6월 이후 두 회사 주가는 36~52% 빠졌고,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반등 동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호실적보다 실적 이후 무엇을 내놓느냐가 주가 방향을 가를 것이란 얘기입니다.
HBM4가 만든 초호황
이번 실적을 떠받친 건 단연 메모리입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99.7%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 78~80%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HBM4가 본격 탑재되면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대비 9~10배 뛰었고, 서버용과 범용 D램, 낸드 가격도 함께 올랐습니다. 환율 하락이 수익성을 눌러올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가격 상승과 꾸준한 출하량이 이를 상쇄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오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주주환원, 그리고 변수
시장의 시선은 이미 주주환원으로 옮겨갔습니다. 삼성전자는 90조~110조원의 환원 재원을 확보하고 30조원 규모 정규 배당을 예고했습니다. 나머지는 내년 1월 연간 실적 확정 후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집행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마치고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키옥시아 지분 매각 차익도 재원으로 거론됩니다. 1분기 지분 일부 처분으로 4조1178억원을 회수했고, 2분기에는 약 20조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배당 2조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변수는 회사 밖에 있습니다.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6.72달러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 실적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AI 인프라 자본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