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부터 지킨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국가핵심기술을 다루는 연구개발 조직을 대상으로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을 지난달 말부터 제한했습니다.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인 에이치챗에서 챗GPT와 클로드, 큐원, 딥시크 같은 외부 모델에 접속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외부 사이트에 직접 접속하는 방식은 이전부터 막혀 있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개발자가 소스코드나 설계도면, 실험 결과를 외부 AI에 입력하면 그 정보가 외부 시스템에서 처리되거나 저장될 수 있습니다. 핵심 기술이 담긴 데이터가 빠져나갈 통로를 미리 닫아둔 셈입니다. 최근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해킹과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예외는 사내에 설치한 모델
전면 금지는 아닙니다. 구글의 젬마처럼 사내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모델은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외부로 전송될 위험이 낮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일부 직원의 로그인 비밀번호를 강제로 바꾸는 등 내부 보안 체계 점검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조치가 개발 현장의 속도와 부딪힌다는 점입니다. 생성형 AI는 코드 작성과 오류 분석, 알고리즘 검토, 기술문서 작성 등 개발 전반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기술 콘퍼런스에서 전체 임직원의 70% 이상이 자체 AI 플랫폼을 일상 업무에 활용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캡제미니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AI 활용 성과가 높은 자동차 기업들은 제품 개발 주기를 평균 17% 단축하고 엔지니어링 생산성을 19% 끌어올렸습니다.
남은 숙제는 프라이빗 AI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치를 일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국가핵심기술 조직의 AI 활용 방식과 보안성을 다시 검토하고 시스템을 보완한 뒤 재개 여부를 정하겠다는 겁니다.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자체 거대언어모델 개발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입니다.
결국 관건은 기술 보호와 AI 활용을 동시에 잡는 운영 체계입니다. 사내 인프라에 구축한 모델에 접근 권한 관리와 데이터 유출 방지 시스템을 결합하는 프라이빗 AI 환경이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핵심 데이터는 외부 전송을 막고 일반 개발 업무에는 검증된 AI를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체계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가 향후 기술 경쟁력을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