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만든 뜻밖의 호황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수송 지도가 흔들렸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브라질, 가이아나, 아르헨티나 등 대서양권으로 원유 조달처를 옮기면서 운송 거리가 길어졌고, 그만큼 배가 더 필요해진 겁니다. 올해 상반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량은 217척으로, 지난해 전체 발주량의 두 배에 달하는 25년 만의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수요를 가장 빠르게 흡수한 건 중국이었습니다. 상반기 중국의 신규 수주량은 1억2,106만DWT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늘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82.3%까지 치솟았습니다.
저가에서 고부가로
중국의 약진은 물량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주 선박의 93.4%가 수출선이고, 최근 3년간 친환경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세계 시장의 68%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중국선박그룹(CSSC)은 상반기에 177척을 수주하며 순이익이 163.5% 급증한 99억5,400만위안을 냈고, 민영 조선소 헝리중공업은 상반기에만 207척을 수주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조선업계도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60% 늘며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이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 점유율 72%를 기록하며 VLCC와 가스운반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 수주량뿐 아니라 기술력을 둘러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자본시장으로 옮겨붙은 경쟁
중국 조선업은 이제 자본시장까지 활용합니다. 코스코쉬핑의 100% 자회사인 코스코쉬핑중공업이 최근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위한 상장 지도 등록을 마쳤는데요. 조달 자금은 생산설비 확충과 고부가가치 선박 투자에 쓰일 전망입니다.
변수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조선 지배력을 견제하려 항만 입항 수수료 부과 등을 추진했지만 관련 조치는 오는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입니다. 미국의 상선 건조량은 세계 1% 미만에 머물러 있고,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조선 및 전략산업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