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설 잇단 타격에 드러난 러시아 내부 상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공습으로 인한 연료 부족 사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국내 에너지난을 직접 언급한 첫 사례인데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세로 모스크바 인근 카포트냐 정유공장을 비롯한 전국 시설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휘발유 생산량이 예년보다 25에서 30%가량 급감했습니다.
이러한 공격의 여파로 러시아 내 주유소에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는 등 연료 수급난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6월 둘째 주 기준 리터당 71.20루블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현재 혹독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표현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내비쳤습니다.
수출 금지와 비축유 투입, 그러나 국제 유가는 약세
연료난이 확산하자 러시아 정부는 국내 수요 우선을 내세워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했습니다. 또한 비축 연료를 투입해 공백을 메웠지만, 전년 대비 약 4%의 비축량 감소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디젤 수출 금지 확대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 내부에서 연료난이 격화하는 동안 국제 유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이란산 원유 공급 정상화가 러시아발 공급 충격을 상쇄하고 있는 겁니다. 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대 중반에 머물렀고, 헤지펀드들은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하며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중동 분쟁 이후 협상 재개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공세
연료난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중동 지역의 이란 관련 긴장 국면이 해소된 뒤에는 과거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미국 대표단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등이 중재에 나섰던 만큼, 중동 사태가 마무리되면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속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연료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공 방어 능력 강화와 크림반도 연료 공급선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에너지 시설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향후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방어와 우크라이나의 공세 사이에서 교착 상태가 이어질지, 아니면 중동 사태 이후 협상이 진전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