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 빅딜 성사, 한미약품의 R&D 역량 재확인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최대 1조 9,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에 수출한 것은 단장증후군-장부전(SBS-IF) 치료 바이오신약 '소네페글루타이드'인데요. 계약금만 1,129억 원에 달하며, 임상과 상업화 단계별로 최대 1조 7,800억 원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발표 직후 한미약품 주가는 10%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000억 원 넘게 불었습니다.
이번 계약은 2020년 머크(MSD)와의 대규모 기술수출 이후 6년 만의 성과입니다. 특히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이어졌던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 불확실성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데요. 시장은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역량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계약으로 확인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56만 원에서 66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다올투자증권도 플랫폼 가치 재평가에 따라 목표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월 1회 투약으로 바꾼 랩스커버리 플랫폼
소네페글루타이드의 핵심 경쟁력은 한미약품의 독자적 기술인 '랩스커버리'에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지속 시간을 늘려 투약 횟수를 줄이는 기술인데요. 기존 시장의 유일한 승인 약물인 다케다의 '가텍스'가 매일 투여해야 하는 반면, 소네페글루타이드는 월 1회 주사만으로 충분합니다. 환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은 물론, 부작용 위험까지 낮출 수 있는 구조입니다.
랩스커버리의 사업성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습니다. 롤론티스는 미국 FDA 시판허가를 받아 분기별 200억 원대 매출을 내고 있으며, 2020년에는 MSD에 1조 1,5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실적이 쌓인 덕분에 릴리도 한미약품의 플랫폼을 신뢰하고 대규모 계약을 맺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소네페글루타이드는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릴리가 데이터를 검토한 뒤 계약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 기술적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GLP-2 자산 확보한 릴리, 적응증 확장은 과제
일라이릴리가 이번 계약을 추진한 배경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GLP-1이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담당한다면, GLP-2는 장 성장 촉진과 점막 보호를 돕는데요. 릴리는 GLP-1에 이어 GLP-2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비만 치료 병용요법 등 확장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지만, 장 점막 재생과 염증 억제 효과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크론병이나 염증성장질환(IBD)으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큽니다. 물론 아직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단계이고, 단계별 마일스톤 수령은 개발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한미약품은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네트워크를 다시 한번 확장했고, 파이프라인 가치를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