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조용히 하자"던 그 지시
검찰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발생한 장윤기 여고생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간은 조용히 하자'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검찰은 이 지시가 사실상 조직 과오를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장윤기는 2024년 4월부터 외국인 여성을 스토킹하고 주거지에 침입해 강간·감금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뒤인 5월에는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했는데요. 두 사건의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현장 수사팀의 공통된 판단이었습니다.
현장의 건의는 외면됐습니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두 사건이 시간·장소·수법적으로 밀접하다며 병합 수사를 건의했습니다. 광주경찰청 역시 살인 동기와 성범죄 목적을 규명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함께 수사하자고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국수본 지휘부는 이를 묵살한 채 사건을 갈라 놓았습니다.
박 전 본부장은 '성범죄 사건은 조용히, 오픈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고, '우리가 먼저 꺼낼 필요는 없다'는 말도 내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부적으로는 합동 수사처럼 보이게 하라는 명령과 실제로는 분리 수사를 밀어붙인 셈인데요. 이로 인해 장윤기는 살인 혐의만으로 구속 송치됐고, 스토킹과 강간 사건의 실체는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조직 보호 논리, 실체적 진실 가렸나
검찰은 박 전 본부장 등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병합 수사와 병합 송치를 막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의 행위가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닌 조직 보호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다만 형사국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 내부의 부실 대응과 수사 개입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케이스입니다. 검찰은 오늘 오후 2시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수사 결과와 기소 배경을 설명할 예정인데요. 일선 수사기관의 건의를 윗선이 권력으로 눌렀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