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파행으로 드러난 갈등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16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안창호 위원장이 폐기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서 회의가 파행되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오영근 위원 등 일부 상임위원들이 중도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이들은 안 위원장의 조치가 위원들의 심의 및 의결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 전원위원회에서 찬성 6표 반대 4표로 통과된 권고안을 폐기하자는 발의가 안건 상정 단계에서 막혀버린 겁니다.
과거와 엇갈린 위원장의 논리
안 위원장은 이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결된 안건을 파기하는 것은 인권위 설립 이래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본인이 정치적 선동가가 아니며 인권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지난해 1월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당시 직원들이 독립성 훼솄을 우려하며 상정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음에도, 안 위원장은 안건 접수와 심의가 위원장의 당연한 의무라며 윤 전 대통령 방어권 안건을 강행했습니다. 과거에는 의무라며 강행했던 안건을, 이번에는 전례 없다는 이유로 상정을 미루고 있는 셈입니다.
사퇴 요구 속 갈등 확산 전망
갈등은 위원회 차원을 넘어 사무처 전 부서로 확산되었습니다. 인권위 사무처 30개 전 부서 직원들은 릴레이 성명을 통해 안 위원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안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권고가 헌법재판소의 반대신문 제한으로 인한 우려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은 오는 20일 임시 전원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며 안건을 재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안 위원장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히며 내부 대립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