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선 붕괴와 역대급 공포지수
코스피가 7,500선을 완전히 내주며 4%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11일 장중 한때는 7,300대까지 밀려났는데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날 거래량은 기존 11억주에서 5억주로 반토막 나면서 관망세가 짙어졌고, 한국형 공포지수인 VKOSPI는 91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이날은 이른바 '네 마녀의 날'로 불리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첫 동시 만기가 겹치면서 지수는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400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요동쳤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맞는 장세"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였죠.
급락 뒤에 숨은 복합 악재들
이번 하락은 대외 악재들이 한데 모인 결과입니다. 미국이 이틀 연속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타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란 당국자와 대화했다고 밝혔는데, 이란 측은 이를 부인하며 혼선을 키웠습니다.
미국 증시 역시 기술주 중심으로 부진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자금 조달 소식과 오픈AI 지분담보대출 협상 교착 등의 악재로 AI 관련주 심리가 위축되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57% 급락했습니다. 이 여파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고, 뉴욕 증시 3대 지수 역시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레버리지 ETF와 수급 충격
흥미로운 점은 이번 급락의 주범이 외국인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외국인은 1,800억 원 수준의 순매도에 그쳤지만, 금융투자는 2조 5천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실제 범인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설정 규모 급증 이후 나타나는 수급 정상화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지난 3월 이후 금융투자는 현물시장에서 약 39조 원을 순매수했고, 이 중 6조 3천억 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쏠렸습니다. 이로 인해 주식선물 시장에서는 두 종목 선물이 고평가 상태를 유지했으나, 6월 들어 리밸런싱이 시작되며 베이시스가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 선물 미결제약정은 37조 원에서 10조 원까지 크게 줄었고, 이는 지수 변동성을 키우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번주가 최악? 시장의 시선은
거래량이 급감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을 단기적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펀더멘털의 악화 신호는 없다는 게 중론인데요. 특히 6월 11일 동시 만기를 지나면서 VKOSPI 90 레벨의 높은 변동성이 한풀 꺾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변수로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FOMC 회의 결과와 스페이스X의 상장 이후 자금 흐름이 꼭힙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가치 1조 7천억 달러에 달하는 스페이스X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될지 주목됩니다. 물론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될 경우 언제든 변동성은 되돌아올 수 있어, 무리한 추격 매수나 빚을 이용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