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 세 차례, 95%가 내린 한 달
6월 국내 증시는 이례적인 출렁임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이후 한 달 동안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발동되었는데요. 1998년 도입 이후 총 11번의 서킷브레이커 가운데 3번이 한 달에 몰린 셈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에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2,268개로 전체 상장사의 95%를 넘어섰고, 상승 종목은 고작 105개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57%를 돌파하며 코스피가 사실상 두 종목에 연동되는 구조가 심화되었습니다. 지수는 오르는데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만 추락하는 양극화가 극에 달한 것이죠.
리밸런싱의 그림자와 종가 거래 급증
이런 변동성의 핵심에는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당 상품들은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 2배를 맞추기 위해 매일 리밸런싱을 거치는데요. 주가가 하락하면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레버리지 상태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 마감 직전 10분 거래량은 출시 전보다 각각 43%와 51% 급증하며 종가 중심의 수급이 집중되었습니다. 여기에 주식과 ETF는 오후 3시 30분에 장이 닫히지만 개별주식 선물은 3시 45분까지 거래되는 시차가 있어 가격 괴리까지 발생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물론 ETF 리밸런싱의 영향이 있다고 보면서도, 이번 변동성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나 마이크론의 글로벌 섹터 흐름,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순자산총액이 늘어날수록 리밸런싱 규모도 커져 향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고했습니다.
미국도 경계하는 레버리지의 덫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마진론 잔액이 1조 4천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AI 열풍을 탄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이 급팽창하면서 비슷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레버리지 ETF들이 신규 자금에 대응하기 위해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을 매입했으며, 주가 하락 시 기계적 매도와 반대매매가 겹쳐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먼저 드러난 변동성 위험이 미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죠. 물론 2분기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의 선행 PER는 9.4배로 낮아진 만큼 저평가 소외 업종의 매력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이 키운 시장의 쏠림과 변동성은 앞으로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