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취업자 감소...한국과 대만, 엇갈린 고용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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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 전 수정 · 2026년 6월 13일 오전 8:16

발행: 2026년 6월 13일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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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호황 속 한국이 취업자 감소와 청년 고용 악화를 겪는 가운데, 대만은 39개월 연속 고용 증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중심 내재화 구조와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분업 생태계 간 차이가 고용 성적표를 갈랐으며, 정부는 청년 고용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청년뉴딜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반도체 호황에도 숨 막히는 고용 시장

AI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며 수출과 성장률은 역대급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자리 시장은 얼어붙고 있는데요. 지난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만 명 줄어들며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경제는 뜨거운데 일자리는 차가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걱정되는 건 청년층 상황입니다. 15~29세 취업자는 지난달 25만 5천 명이나 줄어들며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는데요.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제조업 수출은 늘었지만, 정작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 감소하며 7년 3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 등 전통적인 고용 창출 산업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민생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만과 엇갈린 고용 성적표의 이유

같은 반도체 호황을 맞이한 대만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만은 지난 4월 기준 취업자 수가 1,163만 명을 기록하며 3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는데요.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90%를 넘는 등 고용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반도체 산업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부터 후공정까지 대기업이 대부분 내재화하는 구조입니다. 수출액은 커지지만 일감이 중소기업이나 협력사로 넓게 퍼지지 못해 고용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죠.

반면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계·생산·후공정이 분업화된 두터운 생태계를 갖췄습니다. 미디어텍과 리얼텍 같은 팹리스가 설계를, TSMC와 UMC 같은 파운드리가 생산을, ASE 등이 후공정을 담당하면서 일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고용 창출 효과가 훨씬 컸습니다.

청년 고용 위기와 정부의 과제

이처럼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청년층은 산업 및 인구구조 변화, 기업의 경력직 선호,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기 악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년 고용 상황 개선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 4월에 발표한 청년뉴딜 추진 방안의 핵심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집행하고, 계층별·업종별 고용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신속한 조치와 중장기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일시적인 정책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만처럼 반도체 생태계의 다양한 층을 두텁게 만들어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나눠지는 산업 구조 개편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되려면, 수출 숫자 뒤에 숨은 고용의 질과 구조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