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거래일 랠리 뒤 찾아온 조정
뉴욕증시가 닷새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S&P500과 나스닥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마감하며 각각 0.74%, 0.89% 하락했고, 다우존스30 지수도 620포인트 넘게 밀리며 1.21%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듯했던 상승 랠리가 결국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서 제동이 걸린 겁니다.
이번 조정의 가장 큰 불씨는 중동에서 튀어올랐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쿠웨이트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앞서 미군이 이란의 케슘섬 레이더 시설과 유조선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입니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른 가운데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순식간에 확산됐죠.
사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내내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고, 이는 곧 주식 시장의 매도세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랠리 이후였던 만큼, 작은 자극에도 수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유가·금리 동반 상승에 쏠린 시선
중동발 리스크가 유가와 채권 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6.02달러, 브렌트유는 97.81달러에 마감하며 100달러 돌파를 코앞에 뒀습니다. 여기에 미 상업용 원유 재고가 한 주간 800만 배럴이나 줄었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공급 부족 우려까지 커졌죠.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했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으로 직결됐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49%까지 올랐고, 30년물은 심리적 저항선인 5.0%에 근접하며 4.99%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CME 페드워치를 보면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한 달 전 9.1%에서 41.1%로 급증했는데요. 5월 ADP 민간고용이 12만 2천 명 증가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한 것도 이런 기대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다만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시장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AI주는 주춤했지만 반도체는 강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AI 열풍을 이끌던 빅테크 주식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는데요. 엔비디아가 3.62% 밀렸고 마이크로소프트(-3.17%), 아마존(-2.53%), 애플(-1.57%) 등 매그니피센트7 중 메타(+4.24%)만 유일하게 상승했습니다. 오라클은 5% 넘게 하락하며 기술주의 부진을 대변했죠.
반면 메모리 반도체 업종은 저력을 보였습니다. 마이크론이 1.45% 올랐고, AMD(4.02%), 인텔(4.43%), 퀄컴(3.81%) 등이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39% 상승하며 AI 산업의 근간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신호를 보냈는데요. 로스 메이필드 애널리스트는 AI 관련주가 거시경제 위험과 별개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브로드컴은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시간외 거래에서 13%대 급락하며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줬습니다. 한편 게임스톱은 분기 매출 증가와 2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에 6% 넘게 오르는 등 개별 종목별 이벤트도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와 연준의 금리 경로를 동시에 주시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 속에서 뉴욕증시가 다시 랠리를 이어갈지, 아니면 조정 국면이 지속될지는 중동 정세와 물가 상승률의 향방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