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방향을 동시에 겨눈 항모 전단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이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훈련을 벌이면서 대만과 일본, 필리핀 주변 해역이 동시에 긴장에 휩싸였습니다. 대만 측 집계로는 이번 전개에 동원된 함정이 53척, 이 가운데 군함이 34척이며 수십 대의 함재기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랴오닝함 전단은 필리핀 동쪽 해역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편대는 대만 동부와 동남부, 일본 남부 해역에 분산 배치됐습니다.
대만 총통부와 국방부는 이를 "명백한 무력 위협"으로 규정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습니다. 조지프 우 대만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지도를 직접 올리며 세 나라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한 척의 항모를 중심으로 세 방향을 동시에 압박하는 구도는 그동안 보기 드문 형태입니다.
오스미 해협이 상징하는 것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본 규슈 남쪽 오스미 해협 통과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27일 055형 구축함 둥관함과 052D형 바오터우함, 054A형 쉬저우함, 해경선 2307함 등 4척이 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진출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해군 함정과 해경선이 나란히 일본 주변 해역을 통과한 사실을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스미 해협은 국제법상 공해여서 통과 자체가 위법은 아닙니다. 다만 일본은 중국 해경의 무장 강화와 해군·해경 연계 활동 확대를 문제 삼아왔습니다. 다음 날 중국군 정찰기가 오키나와 근해에 투입되자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기도 했습니다.
훈련과 메시지 사이
중국 정부의 설명은 일관됩니다. 연례 계획에 따른 정례 훈련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랴오닝함 전단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40여일간 원양 훈련을 진행한다고 사전에 공지했습니다.
반대로 받아들이는 쪽의 시선은 다릅니다. 필리핀군은 잠보앙가 반도 해역에서 랴오닝함 전단을 포착해 추적했다고 밝혔고,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이르면 내년 대만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미·일 국방 수장은 아세안 회의에서 대만·필리핀 방위 협력 확대와 F-35용 암람 미사일 조립 시설의 일본 신설에 합의했습니다. 훈련의 성격을 두고 벌어지는 해석 차이가 역내 안보 경쟁의 속도를 보여주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