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 정책이 상반된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글로벌 관세를 기존 10%에서 15%로 인상할 것이라고 공식 예고한 한편, 연방 법원은 행정부가 부과했던 과거 관세의 환급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더 높은 장벽을 쌓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거에 쌓았던 장벽에 대해 돈을 돌려주라고 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법원 판결과 행정부의 대응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지난 2월 말 연방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했던 이른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한 행정부의 반응은 빠르고도 강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다른 법적 근거를 동원했습니다.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것이죠. 그리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 관세를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인 15%로 이번 주 중 인상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 조치가 대미 투자 유치를 위한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연방 국제무역법원은 다른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관세에 대해, 정부가 환급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한 겁니다. 리처드 이턴 판사는 모든 수입업체가 판결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환급 규모는 최대 1750억 달러(약 2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행정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법무부는 환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명령의 일시 중단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한 자동 처리가 가능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시 관세’라는 명분과 그 속내
행정부는 이번 15% 관세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 관세가 150일의 효력을 지닌 ‘임시 조치’이며, 그 사이 진행될 다른 조사 결과에 따라 5개월 이내에 관세율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조사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와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위협 조사)에 따른 것입니다. 행정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122조 관세는 빠르게 적용할 수 있지만 임시적이고, 301조와 232조 관세는 조사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 근거가 훨씬 견고해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즉, 단순히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정당성이 더 확고한 새로운 관세 체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속도는 느리지만 훨씬 강력하다”며 301조와 232조 관세의 우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의 제동에 맞서 행정부가 여전히 강력한 무역 보호 장치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글로벌 무역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무역 현장에 큰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이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보복 조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규모의 관세 환급 문제가 수많은 수입업체와 기업들의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행정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환급 명령이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는 있지만, 실제로 자금이 돌아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미국 무역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법적 다툼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행정부는 ‘미국 우선’의 무역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법원의 판결을 피해 가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의 급변과 모순은 미국의 교역상대국들과 글로벌 기업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로 대응을 강요할 것입니다. 향후 5개월은 임시 관세의 명분이 실현될지, 아니면 또 다른 법적 공방의 시작이 될지 주목해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