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군 휠체어의 외침
7월 1일 서울 도심은 휠체어 바퀴 소리와 구호로 가득 찼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중심으로 약 1,500명의 장애인과 시민들이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잠수교까지 전동행진을 벌였는데요. 이들이 요구한 핵심은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화였습니다.
같은 날 오전, 종로구 혜화로터리에서는 22년 만에 출근길 버스 탑승 시위가 재개되기도 했습니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계단식 버스 앞에서 내려 기어 올라타는 모습을 보이며 비장애인 중심 교통 환경을 고발했고, 일부 버스 출발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교통 혼작이 빚어졌습니다.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
이번 투쟁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예산'입니다. 참가자들은 2019년에 단계적으로 폐지된 장애등급제를 '가짜 폐지'로 규정했는데요. 제도는 사라졌지만, 정해진 예산 안에서 서비스를 제한하는 구조가 여전하고 오히려 종합조사 도입 이후 서비스가 삭감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겁니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의학적 기준의 평가 구조를 끝내기 위해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고, 이영봉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대표는 중증장애인의 노동 기회를 국가가 임의로 없앨 수 없다며 전국적인 공공일자리 1만 개의 제도화를 주장했습니다.
오후에는 기획예산처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로비가 기습 점거되기도 했습니다. 활동가들이 외친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구호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권리 보장의 뒷받침 없는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절박한 심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기획예산처 관계자와의 면담을 약속받았으며, 서울시청역에서의 노숙 농성도 이어갔습니다.
출근길을 뒤흔든 투쟁의 이면
물론 출근길 시위가 재개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졌습니다. 버스가 지연되자 일부 승객은 고성을 지르거나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 등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가능성을 경고하며 채증 활동을 벌였습니다.
반면 전장연은 서울시가 2025년까지 약속했던 저상버스 100% 도입이 미이행된 점을 지적하며, 이동권이 특혜가 아닌 헌법상 권리임을 강조했습니다.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모든 버스와 택시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의무화하고, 이동권을 헌법상 권리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전장연은 매주 수요일 버스 시위를 이어가고, 7월 2일부터는 반년 만에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출근길 시위도 재개할 계획입니다. 장애인의 자립과 권리 보장이라는 숙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도심의 아침은 당분간 시위와 대화가 교차하는 긴장의 연속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