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을 왜 모레 줍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 질문이 국내 자본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주식 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지적하자,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즉각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는데요. 이는 단순한 결제주기 단축 논의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겠다는 포괄적인 자본시장 개혁의 서막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T)가 체결된 후 실제 대금이 결제되기까지 2영업일이 소요되는 ‘T+2’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간 거래 정산과 결제 불이행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이미 미국과 인도는 ‘T+1’을, 유럽도 2027년 10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국제적 추세에 뒤처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거래소는 유럽 시장과 보조를 맞춰 2027년 10월 ‘T+1’ 도입을 목표로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증권사들은 결제 기간이 단축되면 시스템 정비와 IT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 큰 걸림돌은 해외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시차 문제입니다. 한국 시장이 ‘T+1’로 전환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투자자들은 거래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어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벗어나다
이번 개혁의 더 큰 그림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낮은 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 문제, 주가 조작 같은 시장 불공정성, 그리고 **‘과장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불필요하게 악용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처방도 함께 나왔습니다. 가장 강력한 것은 주가 조작에 대한 강경 대응입니다. 대통령은 주가 조작에 연루된 자금은 원금까지 몰수하고, 부당이득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시장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단호한 경고장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기업의 실질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평가 기업 리스트를 공개해 압박을 가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
코스닥은 리그제로, 중복상장은 금지로
자본시장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 개편도 본격화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스닥 시장의 ‘리그제’ 도입입니다. 코스닥을 성숙한 혁신 기업이 모이는 ‘프리미엄 리그’와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위치하는 ‘스탠다드 리그’로 나누고, 매분기 평가를 통해 두 리그 간 승강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우량 코스닥 기업의 유턴을 막고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하나의 중점 과제는 주주 권익을 해칠 수 있는 ‘중복상장’ 규제입니다.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경영진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송아지 주인이 바뀌는 시장”이라고 비판하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죠.
이러한 일련의 개혁 조치들은 단순히 주식을 더 편리하게 거래하게 하려는 차원을 넘습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국민 자산의 흐름을 금융시장으로 돌리고,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시장 공정성을 확보해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물론, ‘T+1’ 도입을 위한 업계 부담 해소, 해외 투자자 유치 방안 마련, 리그제의 ‘우열반’ 낙인 효과 방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대통령의 질문 하나로 촉발된 이번 개혁이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체질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