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이레놀-자폐' 주장, 국제 공조로 반박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보건 당국, 의학계는 일제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주장은 임산부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자폐증에 대한 오해와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FDA를 통해 의사들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과거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해 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당시 보건장관 후보와 함께 '마하(MAHA)' 운동을 펼쳤던 그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합니다. 특히, 트럼프 측은 하버드대 안드레아 바카렐리 학장의 연구를 근거로 제시했으나, 뉴욕타임스는 해당 학자의 과거 소송 증언이 신뢰성 문제를 드러냈다고 보도하며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과학계의 반론은 즉각적으로 나왔습니다. WHO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재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EMA 역시 현재까지의 증거로는 임신 중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일축하며, 임신부들이 흔들리지 말고 의사와 과학자들의 말을 따를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는 스웨덴의 대규모 연구 결과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FDA는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를 시사하는 일부 증거가 누적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FDA는 임상적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필요한 경우 최소 용량과 기간으로 복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역시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의학적 반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임산부들에게 큰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습니다. 영국 등지의 임산부 커뮤니티에서는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하며, 자폐증 발생 책임을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여성혐오적 시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자폐인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 역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이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타이레놀 제조업체인 켄뷰(구 얀센)의 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표 직후 급락했으나, WHO와 미국산부인과학회 등의 안전성 강조 소식에 힘입어 반등하는 등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켄뷰 측은 독립적인 연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주장이 임산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폐증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이며, 특정 약물 복용 여부 하나로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치료되지 않은 임신부의 고열이나 통증이 태아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의학적 필요에 따라 의사와 상담 후 최소한의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