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길에 유가 90달러 돌파…정유주 동반 급등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선제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증했습니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고, 국내 증시에서는 정유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는데요. 특히 GS는 전일 대비 7.85% 상승한 9만 700원에 거래되며 석유·가스 업종의 수혜 기대감을 대표했습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무력 충돌 재개 자체가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사실 이번 유가 급등은 단순한 지정학적 공포심리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이미 위태로운 수준까지 내려앉았기 때문에 공급 측면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겁니다.
미국 원유 재고, 43년 만에 최저 수준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는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략비축유는 3억 770만 배럴까지 줄어 1983년 3월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상업용 재고는 720만 배럴, 전략비축유는 380만 배럴이나 감소했는데요. 이런 급격한 소진은 정유사들의 가동률 상승과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한 수출 확대, 그리고 전략비축유 방출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미국의 정유업계 가동률은 이번 주 97%에 달했고, 중서부 일부 지역은 100%까지 치솟았습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4월 초 이후 미국의 상업용 및 전략비축유가 약 20%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 4개월간 전 세계 육상 원유 재고 감소분의 약 70%를 미국이 감당하면서 유가 억제 부담을 떠안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무한정 지속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 100달러 vs 연말 70달러…엇갈린 유가 전망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점치고 있습니다. 반면 연말에는 7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이는 현재의 공급 충격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전략비축유가 운영상 하한선인 1억 8천만에서 2억 배럴에 근접할 경우, 인프라 손상이나 파이프라인 운영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향후 발생할 공급 충격에 훨씬 취약해지고, 세계 시장에서의 공급 능력도 크게 약화될 겁니다. 결국 중동발 리스크가 현재의 저재고 상황과 만나면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대성산업, 흥구석유, S-Oil 등 국내 정유 업종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자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시장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