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이 일상이 된 교실, 그 민낯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된 논란은 단순한 스포츠맨십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은 우리 학교 현장 곳곳에서 무심코 사용되고 있는 혐오와 역사 왜곡 표현의 심각성이었는데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3%가 최근 1년간 교실에서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제 혐오와 조롱은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교실 안에 깊이 뿌리 내린 현상입니다. 특히 중학교 교사들이 직접 목격한 비율은 80%를 넘어 학년이 낮을수록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운지'나 '부엉이바위' 같은 표현이 수업 중에도 나오는 현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SNS가 만든 '혐오의 놀이터'
학생들이 이런 표현에 노출되는 주된 경로는 온라인입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확산된 '혐오 밈'은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았는데요. 조사 결과 청소년의 87.1%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AI 기반 카드뉴스나 짧은 영상은 정치적 맥락 없이 역사적 비극을 '드립'으로 소비하게 만듭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청소년들을 극단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악의 없는 장난으로 여기지만,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나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적극적인 지도를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강원지역 교사 조사에서도 66%가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으며, 이는 교실 안의 혐오 표현이 방치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처벌을 넘어선 교육적 해법이 필요한 이유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단순 징계를 넘어 교육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학생들 상당수는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 사례를 통해 역사적 아픔의 무게를 배우길 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역사의 무게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학칙에 혐오 표현 금지 조항을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반복되는 상처를 멈추게 할 유일한 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