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분리, 왜?
1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두 개의 현판식이 동시에 열렸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지 18년 만에 기획재정부가 다시 두 부처로 분리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경제부총리 겸 장관인 구윤철을 중심으로 경제정책, 세제, 국제금융 등을 맡고,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예산 편성과 중장기 국가 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통합 당시에는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위기 대응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에서 재정·금융 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며 한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권한 과중, 타 부처와의 마찰, 재정 논리에 치우친 성장 정책 소홀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결국 권한 분산과 견제를 통해 정책의 균형을 찾고자 분리가 결정된 것이다.
예산 없는 재경부, 경제 사령탑 역할은?
재정경제부는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지만,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 권한을 기획예산처에 내주었다. 과거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통해 부처들의 정책을 통제하거나 유도할 수 있었다. 이제 재경부는 세제와 금융 정책 등으로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정책 추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경부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혁신성장실, 민생경제국 등을 신설하고 조직을 확대했다. 구 부총리는 “관계 부처와의 협업으로 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이라는 ‘칼’ 없이 재경부가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으면 정책 조율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획처, 미래 전략과 재정 효율성의 새 지평
기획예산처는 단순한 예산 편성 기관을 넘어 중장기 국가 전략 수립의 핵심 부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미래전략기획실과 재정성과국을 신설해 미래 변화에 대응한 비전을 설계하고, 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재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비전 2030’과 같은 장기 계획을 통해 정부 내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민생과 성장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내란 옹호 발언, 보좌관 갑질 논란 등으로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아 장관 임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재정난 속에서 예산 배분의 효율성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획처의 과제다.
두 부처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다. 구 부총리도 “협업을 통해 정책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새로운 체제가 과거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