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골 앞에 멈춘 16강 꿈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일본이 브라질과의 접전 끝에 1대 2로 역전패하며 대회 여정을 마쳤습니다. 전반 29분 사노 가이슈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으나, 후반 11분 카제미루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추가시간 마르티넬리의 결승골에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본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팬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사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실력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일본은 미나미노 다쿠미, 미토마 가오루, 엔도 와타루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비기고 튀니지를 4대 0으로 완파하며 죽음의 조를 무패로 통과했습니다. 그런데도 토너먼트 첫 문턱에서 다섯 번째 연속 탈락이라는 쓴 잔을 들이켜야 했습니다.
100년 비전이 키운 세계 정상급 경기력
패배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기력은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브라질의 점유율 69%와 슈팅 19개라는 압도적인 수치 속에서도, 일본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빠른 역습으로 끝까지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폭스스포츠와 영국 가디언,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일본이 역대 가장 뛰어난 모습으로 세계 정상과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좁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성장은 우연이 아닙니다. 1993년 도하의 비극 이후 일본 축구협회는 당장의 성과보다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세웠습니다.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을 체계화하고,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는데요. 그 결과 현재 대표팀 26명 중 23명이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으며, 2018년부터 팀을 이끈 모리야스 감독에 대한 협회의 전폭적인 신뢰는 전술적 일관성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체계적인 비전의 부재가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심 논란과 미래를 향한 사죄
경기 후에는 뜻밖의 오심 논란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본이 1대 0으로 앞서던 후반 9분, 브라질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나간 공을 주심이 코너킥이 아닌 골킥으로 선언했습니다. 이후 브라질은 그 골킥을 출발점으로 공격을 전개해 동점골을 만들었는데요. 문제는 이번 대회 VAR 규칙상 잘못 주어진 골킥을 수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규칙의 맹점 때문에 되돌릴 수 없었고, 이것이 역전패의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일본 내 여론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야후 재팬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93%가 대표팀의 경기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팬들은 밤새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리야스 감독은 자신의 역량 부족을 탓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패장의 품격이 오히려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은 다음 목표로 아시안컵 우승을 내다보며,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세계 정상과의 근접한 거리를 발판 삼아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