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손실에 고개 숙인 당국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 80일 만에 개인투자자에게 6조3130억원의 손실을 안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확정 손실 2조3242억원과 평가손실 3조9888억원을 합친 규모인데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에서 거듭 사과하며 "무거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의 초점은 출시 과정입니다. 통상 60일 안팎 걸리는 상장 심사가 29일 만에 끝났고, 금융위의 일정 발표 뒤 심사가 서둘러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은 심사기간 15일 규정을 지켰다고 해명했지만, 졸속 심사와 책임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외화유출 효과도 물음표
정책 도입의 명분은 해외주식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출시 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1월부터 5월까지 2조3491억원이던 순매수액은 7월과 8월에 2조8164억원으로 약 20% 증가했고, 환전 순매입액도 8월 4조537억원으로 1.6배 커졌습니다.
홍콩에 상장된 같은 상품의 국내 대체 효과도 미미했습니다. 6개 증권사의 순매수액 192억원은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액의 0.16%에 그쳤습니다. 이 위원장은 환율과 시장 변동성 등 외부 요인을 분리하기 어렵다며 효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연동 상품의 급등으로 개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본 사례도 보상 논쟁을 키웠습니다.
솔리다임 상장과 시장 신뢰
SK하이닉스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은 현행 가이드라인상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재확인됐습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주주 동의, 이사회 결의,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해외 상장 자체를 막기는 어렵더라도 국내 투자자의 희석과 이해상충 위험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시장 운영의 신뢰 회복 과제도 남았습니다.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가 개장 직후 하한가로 체결된 사건을 사과하고, 2027년부터 시가단일가 매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2금융권의 격차, DSR 과다 부채, 고문과 자문직 재취업 관행, 새출발기금 연장 등 구조적 개선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정책의 속도와 투자자 보호 사이 균형을 어떻게 세울지가 남은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