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복판에 번진 불길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 1750곳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열렸습니다. 경찰 추산 50만 명, 주최 측 주장으로는 80만 명이 참가했다고 하는데요.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차량이 불에 타고 마리안 상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불길은 샹젤리제 일대와 명품 백화점 라파예트, 셀린느 매장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경찰과 소방관 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최소 1800명에서 2400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리모주에서는 1883년에 지어진 시청 종탑이 방화로 무너졌고, 마르세유 시청은 점거된 채 무정부주의 문양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고물가와 긴축이 만든 분노
시위의 출발점은 생활비입니다. 중동 전쟁발 고물가가 유럽을 덮치면서 청년과 학생, 노동자들의 부담이 커졌고,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고물가에 못 살겠다"는 청년들의 분노가 시위의 한가운데 있었던 겁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변수입니다. 극좌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시위에 직접 동참해 메시지를 냈고, RN의 마린 르펜은 극좌 세력이 시위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거리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계산이 맞부딪힌 셈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약탈과 폭력에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 전역으로 옮겨붙는 불씨
비슷한 장면은 프랑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에서는 16일부터 이틀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토리노에서는 유리병과 돌멩이가 경찰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벨기에 브뤼셀과 리에주에서는 학생들이 쓰레기통과 전기 스쿠터를 불태웠고,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서도 고물가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2008년 노란조끼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사태가 4월 대선 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 각국 정부는 생활비 대책과 치안 대응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