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흔든 44년 된 약속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만 무기 판매를 둘러싼 발언으로 동아시아 외교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14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패키지 승인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으며, 이를 중국과의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팔 수도 있고 팔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은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이 발언은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약속한 이른바 '대만 6대 보장'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무기를 판매하고, 대만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비공개로 확약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80년대의 과거'라며 가볍게 넘기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안보 약속이 언제든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만의 목소리와 자위 의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과 무기 판매가 역내 평화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1기 이후 무기 판매 확대가 자위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대만이 AI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이며, 대만해협의 평화는 희생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라이 총통은 민진당 창당 40주년 행사에서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2,300만 대만인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이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한 회색지대 압박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것이 역내 불안정의 근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만이 주권과 민주·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한반도 외교에 드리운 그림자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이란 전쟁 등 다른 현안에 밀려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오히려 커졌는데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담 직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한 점이 주목됩니다. 중국이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입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한반도 문제 논의를 '건설적인 협의'라고 평가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당분간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우려는 미국이 대만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패턴이 한반도 안보 공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중이 '관리된 경쟁' 틀 속에서 각자의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