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해도 세금 내는 구조의 허점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20%의 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시행하려던 이 제도를 세 차례 유예한 끝에 드디어 시행에 나서는데요. 문제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누적 손실 상태인 경우에도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논란은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2027년에 3,000만 원을 잃고 2028년에 2,000만 원을 벌었다고 치면, 전체적으로는 1,000만 원 손실이지만 2028년 수익분에 대해 약 385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정부는 2024년 12월 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의제취득가액 특례를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손실 보전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국은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예를 외치는 정치권, 세원은 흔들리고
이러한 불만이 쌓이자 야당을 중심으로 과세 시행일을 2030년까지 3년 더 미루자는 법안이 발의될 예정입니다. 국회 청원도 잇따르고 있는데, 지난 5월에는 5만 명의 동의로 상임위에 회부된 바 있고 최근에도 1만 3천 명 이상이 추가 동의에 나섰습니다. 청원인들은 인프라 미비와 조세 형평성 문제를 들며 징벌적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는 내년 1월 시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계속 미루면 세원 파악이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최근 투자자들의 행태가 단순 매매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이나 코인카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7월 기준 USDT와 USDC 보유 지갑은 2만 5천 개에 달하고, 코인카드 앱 누적 다운로드도 3만 8천 건에 육박했죠. 여기에 상반기에만 47조 원 규모의 자산이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과세를 계속 유예할수록 취득가액과 실현손익 산정은 더 복잡해지고, 세원 관리 체계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아 과세 유예를 반기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형평성과 실효성 사이에서
반대로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가 다주택자는 미실현 이익 상태에서도 보유세를 내고, 근로자는 매달 원천징수를 당하는데 가상자산 소득만 반복적으로 유예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식의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것과 맞물려, 가상자산에만 250만 원 초과분에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물론 주식과 가상자산의 과세 체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생계와 세원 확보, 조세 형평성이라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지금, 정치권과 정부 사이의 대립은 쉽게 풀리지 않아 보입니다. 2027년 과세 시행을 앞두고 손실 이월공제 도입 여부와 과세 인프라 정비가 진정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