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이끈 흥행 공식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한 달여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한국 영화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맞이한 대형 흥행작이죠. 이 영화는 설 연휴를 겨냥한 가족 대상의 편안한 스토리와 배우 박지훈의 '단종' 연기가 맞물리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특히 박지훈의 연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에서 밈(meme)으로 확산되며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시켰습니다. 당시 극장가에 큰 경쟁작이 없었던 점도 상영관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습니다. 결국 관객이 선택한 것은 ‘재미’였고, 이는 배우 박명수가 라디오를 통해 “재밌으면 관객 온다”고 지적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역사에서 독서로, 이어진 문화 확장
영화의 인기는 스크린을 넘어 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영화 개봉 후 한 달간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단종’ 키워드 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500%나 급증했는데요. 소설가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무려 80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고, ‘어린 임금의 눈물’ 같은 어린이 역사서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전문 서적도 함께 판매량이 뛰었습니다. 이는 한 편의 영화가 특정 역사 인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독서 행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한 문화콘텐츠의 성공이 단순한 흥행을 넘어 지식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TV 프로그램 '조선판타지아'를 통해 조선왕조실록이 다시 조명받는 등, 전반적으로 역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열풍의 그림자, 그리고 재치 있는 홍보
하지만 인기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영화의 인기를 악용한 피싱 범죄가 발생하면서 제작사 스튜디오N은 공식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주의를 당부해야 했습니다. SNS에서 홍보팀을 사칭하며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가 발견된 겁니다. 반면, 다른 곳에서는 이 열풍을 재치 있게 활용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영화 속 악역으로 등장한 한명회의 묘역이 실제 충남 천안시에 있다는 점을 안 천안시가 공식 SNS에 홍보 영상을 올린 것이죠. “숟가락 얹어본다”는 유머 감각 있는 문구와 함께 묘역 위치를 안내하며, “그냥 지나가다 보면 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자체의 빠른 눈치와 유쾌한 홍보는 문화 현상에 대한 또 다른 창의적인 대응 사례가 되었습니다. 다만, 극중 인물에 대한 감정이 현실로 이어져 묘역 지도 앱에 부정적 리뷰가 쇄도하는 ‘별점 테러’도 발생하며, 픽션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