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국채 금리 돌파, 불안한 시장의 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섰습니다. 5월 중순 기준 5.20%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의 최고치를 새겼는데요. 10년물 역시 4.5%를 훌씬 넘어 4.69%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30년물은 4.03%로 1999년 발행 시작 이후 가장 높았고, 영국은 5.64%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역시 10년물이 4.174%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78bp 넘게 상승했는데, 상승 폭은 오히려 미국보다 가팔랐습니다. 글로벌 장기 금리가 동시에 급등하는 모습은 시장에 적잖은 경고 신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 부채 이자비용은 물론 기업과 가계의 대출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한국에서 대출금리가 0.25%p만 올라도 가계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 2천억원 늘어나고, 0.5%p 상승 시에는 6조 4천억원에 달합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를 넘어서면서 내수 부진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큽니다.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쥐고 있는 금리의 고삐
이번 금리 급등의 가장 큰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됐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60% 넘게 급등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협정이 임박했다고 밝혔으나, 이란 측은 해협 통제권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실제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에너지 공급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을 옥죄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미국 4월 CPI는 전년 대비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준은 금리 인하 대신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점차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12월까지 25bp 인상 확률이 42.5%에 달하며, 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숨을 쉴 틈이 없다
고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경기 회복의 모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35.9%로 확대되는 반면, 나머지 제조업 비중은 64.1%로 줄어들었습니다. AI 수요에 힘입은 반도체 업황은 호조를 보이지만, 고금리와 강달러, 수요 둔화는 반도체 외 업종과 내수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의 한 축을 이루며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뉴욕 증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S&P 500과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듯했지만, 소매업 CEO들은 K형 경제 속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내세운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델, 마블 테크놀로지, 코스트코 등의 실적 발표와 4월 PCE 물가 지수가 예정돼 있어, AI 랠리가 실적으로 뒷받침될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국채 금리 상승이 위험자산의 할인율을 끌어올리며 주식 시장 조정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시장이 고점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지금,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