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시작부터 난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던 세제 개편 논의가 올해 안에 결론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TF를 구성해 취득·보유·양도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지만, 정부와 여당 사이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보유세 강화를 둘러싼 이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실 정책실과 기재부 장관은 보유세 현실화 필요성을 시사한 반면, 여당 지도부는 "보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당은 민심을 의식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급변동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견으로 인해 원래 이달 중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세제 개편 논의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내외 보유세 효과 비교
흥미로운 점은 보유세 인상이 해외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에 효과를 본 반면, 한국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입니다. OECD 16개 회원국 자료를 분석하면 GDP 대비 보유세가 1%포인트 오를 때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이 1.151%포인트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보유세 증가가 주택 보유 비용을 높여 매도 압력을 만들고 매수세를 약화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종부세 도입 전후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고, 재산세 변화도 부동산 거래량이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부세 중과 역시 주택 매입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부동산 시장 구조와 세제 운용 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 보유세 실효성 낮은 이유
한국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외 조항이 너무 많다'는 점인데요, 종부세가 인별 합산 과세, 1세대 1주택자 세 부담 경감, 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 등으로 실제 세 부담이 낮아지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제도 도입 목적과 실제 운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셈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세정책이 뒤바뀌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종부세법이 2005년 제정된 이후 무려 13차례나 개정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율을 인상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다시 세 부담을 낮췄습니다. 이런 정책의 불일치는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버티기' 심리를 강화시키고, 정책 효과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한국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에 불과한데, 이는 OECD 평균(0.3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경제 규모 대비 높은 부동산 가격에 비해 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의미입니다.
향후 전망과 해결 과제
현재 가장 시급한 쟁점은 내년 5월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의 연장 여부입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간 이견이 특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조기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상속세 개편은 비교적 조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을 주장해왔고, 현재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다만 상속세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완화를 함께 추진하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관되고 장기적인 부동산 세제 정책 로드맵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지연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