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주가
SK하이닉스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또다시 썼습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79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60조 5천억 원에 달했는데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57%, 영업이익은 557%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1조 8천억 원으로,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증권사 14곳이 제시한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63조 5천억 원이었는데, 실제 발표된 60조 5천억 원은 이에 4.7%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프리마켓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5% 넘게 밀렸고,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42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크게 낮췄습니다. 최고의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더 높은 기대치를 반영해 두었던 겁니다.
76% 영업이익률, 그 이면의 이야기
이번 실적의 화룡점정은 수익성입니다. 영업이익률이 76.3%에 달해 엔비디아와 TSMC를 제치고 글로벌 2위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판매 단가 상승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가 이끈 결과입니다. 특히 AI 서버용 HBM4가 2분기부터 본격 양산되면서 고객사 물량 확보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더 눈에 띈 건 순이익입니다. 당기순이익이 93조 9천억 원으로 순이익률 118%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2018년 키옥시아 투자 결실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영업외이익 62조 원 덕분입니다. 덕분에 세전이익은 기존 국내 상장사 최고 기록이었던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을 두 배 이상 넘어섰습니다. 물론 키옥시아 관련 이익은 일회성인 만큼, 본업인 메모리 사업의 현금 창출력이 진짜 밑바탕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증권사는 왜 "매수"를 외치나
목표주가는 낮아졌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중국 노광기 국산화 이슈가 2028년까지 실적 추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는데요. 단기적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며, 펀더멘털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30조 원보다 10조 원 이상 늘린 40조 원대 후반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엔비디아 등 10여 개 주요 고객과 장기공급계약도 마무리했습니다. 증권사들이 강조하는 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견조한 수요 가시성과, 이를 뒷받침할 막대한 잉여현금흐름입니다.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SK하이닉스의 주가와 실적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