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과 포격이 같은 날 벌어졌습니다
2026년 11월 2일,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중동은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 공격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같은 날 이란 외무부도 미국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호르무즈 개방을 위한 7단계 제안을 이틀 안에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호르무즈 해협 입구의 게슘섬 인근에서 폭발음이 다섯 차례 울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게슘섬을 타격했다고 전했고, 미 당국자는 이를 상선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설명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공식 발표를 내지 않았습니다.
게슘섬을 반복해서 두드리는 이유
게슘섬은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자리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 거점입니다. 지하 미사일 기지와 해군 기지, 해수 담수화 시설, 원유 저장과 선적 시설이 한데 몰려 있죠. 이란군은 이곳에서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쏴 왔습니다. 미군이 이 섬을 거듭 두드리는 이유는 영토 점령이 아니라 상선을 겨눌 손을 묶어두기 위해서입니다.
해협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호르무즈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35척으로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도 2일 선박 한 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맞아 우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보고했고요. 같은 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유조선이 기뢰와 충돌해 불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남은 변수는 협상의 진정성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동쪽에서 미군 MQ-9 드론 한 대와 게슘섬 남쪽에서 MQM-170 정찰 드론 두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독립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6월 협상 도중 공습을 당한 전례를 언급하며 미국의 대화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이미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방공망을 최고 경계 태세로 올렸고, UAE는 저고도 드론 대응 방어망을 보강했으며, 미 공군기지가 있는 카타르도 기지 주변 경계를 크게 높였습니다. 군사 작전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는 한 협상 테이블의 온도와 해협의 긴장감은 당분간 따로 움직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