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부품 '삼각편대'를 띄운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이어 실리콘 캐패시터까지 확보하며 AI 인프라 핵심 부품 라인업을 모두 갖췄습니다. 일명 '삼각편대' 체계를 구축한 건데요. 여기에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 5,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 단일 제품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의 본격적인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기의 올해 매출액이 1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최대 실적 달성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1/10 두께의 초박형 부품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얇은 유전체와 전극층을 증착해 만드는 반도체 공정 기반 부품입니다. 삼성전기는 D램 제조에 쓰이던 기술을 응용해 웨이퍼 표면적을 극대화하면서도 두께를 머리카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는데요. 이런 초박형 구조 덕분에 반도체 패키지 내부나 칩 바로 아래에 탑재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생 인덕턴스, 즉 ESL 값이 기존 MLCC보다 100배 이상 낮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전력 변동에 훨씬 빠르게 반응해 고성능 GPU와 HBM이 탑재된 AI 서버의 신호 손실과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잡아줄 수 있습니다. 또한 250도가 넘는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우주항공이나 광통신 분야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MLCC와 공존하는 토탈 솔루션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MLCC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용량과 고전압에 강한 MLCC와 초박형·고주파 특성의 실리콘 캐패시터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거죠. 실제로 AI 서버에는 두 부품을 함께 탑재하는 추세이며, 삼성전기는 이를 FC-BGA 기판 위에 동시에 올려 공급하는 턴키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부품별로 다른 업체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곳에서 통합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삼성전기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물론 시장은 여전히 일본 무라타와 대만 TSMC 등 소수 기업이 장악한 과점 구조이긴 합니다. 다만 삼성전기가 패키지 기판과 수동부품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는 분명해 보입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은 2031년까지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등으로 수요처가 다변화되면서 삼성전기는 고용량 제품군 확대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