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번진 이재명 정부 논란
지난 6월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한 칼럼이 한국 정부를 둘러싼 국제적 공방의 불씨를 댕겼습니다. 해당 글은 이재명 정부를 '강경 좌파'이자 '친중 성향'으로 규정하며, 오산 공군기지 압수수색이나 쿠팡 관련 수사 등을 근거로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의원이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해당 내용을 공식 기록에 남겨 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사실 이 칼럼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정책에 대한 이견을 곧바로 동맹의 위기로 환원하는 논리 구조에 있습니다. 한 국가의 내정 사안을 기반으로 정부 전체의 성향을 재단하는 방식은 어느 나라에게도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겁니다.
전직 주한 대사들이 본 다른 풍경
같은 시기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상당히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필립 골드버그와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재명 정부를 두고 '반미'나 '급진 좌파'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뛰어난 정치인이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동맹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특히 무역과 투자 같은 어려운 현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려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대사 역시 한국 국민 대다수가 강력한 한미 관계를 원한다는 사실을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하며,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를 반미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전직 대사는 현재의 대중국 외교를 단순한 '친중'이 아닌 외교적 '재균형'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친미 노선에서 벗어나 중국과 더 활발한 외교를 펼치려는 건, 다극 체제에서 생존하기 위한 상식적인 외교 행보에 가깝다는 겁니다.
트럼프 2기와 변화하는 동맹의 질감
그렇다고 한미 관계가 과거만큼 튼튼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두 전직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의 성격이 가치 중심에서 거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방위 책임 확대 같은 사안이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지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동맹 내 신뢰를 조금씩 깎아 내리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한 경향입니다.
미 행정부 내부의 시각도 단일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각이 다른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이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억압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은 점을 보면, 현재 워싱턴의 대인도 정책이 여전히 거래적이고 불확실한 국면에 놓여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서로의 정치 체제를 존중하면서도 동맹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 보면, 이번 논란은 한미 관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작은 시금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