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12억 벌린 '승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약 48억 원 규모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인 지 하루 만에 큰 폭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7월 30일 종가 기준 132만 2천 원에 3,620주를 매수한 최 회장은 다음 날 열린 장에서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하며 단숨에 약 12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록했습니다. 장중에는 163,00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 직전까지 강한 매수세가 몰렸는데요, 이러한 급등은 최 회장의 매수 소식과 맞물려 미국 증시에서 AI 반도체 관련주들이 일제히 들썩인 영향이 컸습니다. 엔비디아가 8% 이상 올랐고 SK하이닉스 ADR도 17% 넘게 급등하며 국내 시장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반토막 난 주가에 던진 메시지
사실 최 회장의 이번 매수는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 의미가 컸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25일 298만 7천 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한 달 만에 48% 이상 밀려난 상황이었거든요.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고,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확대를 밝혀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되며 주가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 회장이 직접 뛰어들어 개인 명의로 처음 장내 매수를 단행한 것은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는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SK그룹 측도 책임경영 실천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50억 원 아래로 묶인 까닭
이번 매수에서 눈여겨볼 점은 규모가 47억 8,564만 원으로 50억 원을 밑돌았다는 겁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는데요, 주요 임원이나 특수관계인이 50억 원 이상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할 경우 30일 전에 거래 계획을 공시해야 하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규정을 피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금액을 조절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당시 급락하는 주가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됩니다. 또한 미국 ADR 상장과 관련해 투자 설명서 교부 의무 기간 중에는 주주환원과 같은 중대 정보 공개가 제약되는 상황이라, 경영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메시지가 자사주 매입이었던 셈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 변동성은 커도 펀더멘탈에 대한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엿보입니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하계포럼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지속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번 매수가 단순한 단기 승부수인지, 아니면 장기 보유를 통한 책임경영의 시작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