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흔한 '세대생략 증여' 현상입니다.
최근 5년간 조부모가 부모 세대를 거치지 않고 미성년 손주에게 직접 부동산을 증여한 규모가 1조 5천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자산 형성 초기 단계인 미성년 자녀에게 재산을 미리 물려주려는 '세대생략 증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어린 나이의 미성년자들에게도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이 이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조 5천억 원, 수천 건의 증여 이뤄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299건의 세대생략 증여가 신고됐습니다. 이를 통해 미성년자들이 취득한 부동산 가치는 무려 1조 5,371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연평균 3천억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이러한 증여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이전함으로써, 부모 세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물론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 세법상 추가적인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종류별로는 건물 증여액이 토지를 앞질렀으며, 2024년 기준 건물 1건당 평균 증여액은 2억 1,400만 원에 달해 토지(1억 3,200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주거 및 상업용 건물의 가치 상승이 토지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3~18세 집중, 0세 아기도 '평균 2억' 증여받아
증여받은 미성년자들의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준비하는 시기인 만 13세에서 18세 사이가 전체의 43.7%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는 만 7세에서 12세(33.5%), 만 0세에서 6세(22.8%) 순이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가장 어린 연령층인 0세 영아에게도 지난 5년간 188건의 세대생략 증여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받은 부동산 재산은 총 371억 원에 달하며, 건당 평균 2억 원에 육박하는 상당한 금액입니다. 이는 부모의 재산 승계 계획이 자녀가 태어나기 전 혹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부의 대물림' 편법 논란과 사회적 시사점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성년자 대상 세대생략 증여가 부유층의 절세 편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민홍철 의원 또한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에 대한 할증과세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 취지와 달리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자산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세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매년 자금 출처 조사를 통해 편법 증여 여부를 파악하고 있지만, 대규모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편법 행위를 완벽하게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따라서 정부와 관계 당국은 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법 행위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불필요한 세수 손실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 체계 강화 및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