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보다 뜨거운 한반도의 주말
2026년 8월 1일, 경북 고령과 영덕, 포항, 경주 등 4개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습니다. 경주 감포는 39.2도를 기록했고 대구 북구도 38.5도에 달했는데요.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온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조차 네팔보다 덥다며 힘겨워할 정도로 극한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이 정도 기온은 단순히 불편하다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대구기상청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겹쳐 발생하는 열돔 현상과 고온 건조한 서풍이 이번 폭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폭염이 바꾼 관광객의 시간표
이처럼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경주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지난달 황리단길 방문객은 63만 4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는데요. 다만 여행의 패러다임이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낮에는 냉방이 트인 실내 체험시설과 카페로 대피하다가, 해가 지면 야외로 나서는 낮 실내·밤 야외 형태가 자리 잡았습니다. 첨성대 주변에서는 모자와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며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연출됐고, 황리단길에서는 그늘을 따라 이동하며 냉방이 되는 상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관광객들로 붐볐습니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야간 공포체험 행사를 운영하며 주말에는 밤 11시 30분까지 문을 열어 야간 수요를 적극적으로 받았습니다.
열돔 아래 멈추고 흔들리는 지역 일상
관광지의 활기와는 다른 풍경이 지역 상권과 농업 현장에서는 펼쳐졌습니다. 고령 시내 시장은 폭염으로 방문객이 끊겨 가게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고,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렸지만 지표면 온도는 60도를 웃돌았습니다. 농촌에서는 밭 온도가 62도까지 오르며 며칠 전 심은 들깨 모종 잎이 처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노출된 야외 근로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는데요. 고령군 장기리 어르신들은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경로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당분간 열돔 현상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되면서, 지역 일상의 어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