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아빠를 둘러싼 28만의 눈물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평생 돌봐야 하는 부모들을 두고 사람들은 '피터팬 아빠', '피터팬 엄마'라고 부릅니다. 자녀는 어른이 되어도 부모의 보살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는 늙어가도 돌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담은 말이죠. 국내 발달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28만 8천 명에 달하는데, 이들 가운데 70%가 이미 성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부모가 늙어 돌보기 어려워질 때 이 성인 자녀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이제 이 숙제에 국가 차원의 해답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본격 추진하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가족의 무한 책임으로 떠넘겨졌던 돌봄 부담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겠다는 선언입니다.
생애주기 따라 덧대는 두터운 안전망
구체적인 내용은 출생에서 성인기, 나아가 부모 사후까지 아우릅니다. 영유아기부터 조기 개입이 강화되는데요.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시간을 연 1,320시간으로 늘리고,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을 수천 곳 규모로 확충했습니다. 또한 발달재활서비스와 방과후활동 수혜 대상을 늘려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의 삶도 세심하게 짚었습니다. 낮 동안 활동을 돕는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30년까지 3만 명으로 확대하고, 평일에만 제공되던 최중증 24시간 1대1 돌봄을 주말까지 늘렸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발달장애인이 장기요양으로 전환되더라도 활동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부모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녀가 지역사회 안에서 보통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거 지원과 일자리 연계, 공공후견인 양성까지 병행합니다.
숙제를 넘어 일상으로 가는 길
이번 정책에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가족 모두의 처우도 챙겼습니다.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근무 여건을 다지고, 장시간 돌봄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전문 상담과 휴식 지원도 확대합니다. 전국 16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신설해 복지·교육·의료를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숙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 확대만큼 예산과 인력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도 좁혀야 합니다. 2027년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 시행을 앞두고 본사업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28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더 이상 피터팬의 동화처럼 영원히 불안에 떨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