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또 좌초된 개헌
지난 5월 8일, 국회 본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추진된 헌법 개정안이 표결 직전 무산됐기 때문인데요. 개헌안을 발의한 6개 정당 의원 187명은 의결 정족수 191명에 근접했지만,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과 필리버스터 예고로 상정 자체가 불발됐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걷어찼다”며 눈물을 닦았고,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 반대자를 불법 계엄 옹호론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의 독단적 추진”이라며 맞서면서, 협치보다 정쟁이 우선시된 국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5·18 정신과 건국·새마을운동 충돌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취지였죠. 많은 시민사회와 5·18 유공자 단체는 “오랜 숙원”이라며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기에 덧붙여 “건국 정신과 6·25 전쟁 승리, 새마을운동까지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어게인’ 계열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데, 여당인 민주당은 “4년 중임제 같은 민감한 권력 구조 개편은 빼고 합의 가능한 조항부터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5·18 정신 수록 자체가 무산되자, 유공자 단체들은 “정치권이 5·18을 이용만 했을 뿐 역사적 책임은 지지 않았다”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양재혁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진정성에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이번 무산으로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려던 국민투표 계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재외국민 투표 준비를 마쳤지만, 모든 절차가 중단됐죠.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포위 전략과 통크게 협치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헌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작업”이라며 “여야 합의와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앞으로는 지방선거 이후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남았습니다. 정치권이 정략적 계산을 넘어 진정한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