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다른 길을 걷는 주유소 풍경
최근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은 유독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집계를 보면 9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859.1원으로 전주보다 1.1원 내렸는데요. 이로써 국내 기름값은 1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만 유일하게 19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지역 간 가격 차이도 눈에 띕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리터당 1905.3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구는 1832.1원으로 가장 저렴했습니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1862.3원으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으며, 알뜰주유소는 1849.2원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죠. 휘발유뿐 아니라 경유 역시 전주 대비 0.5원 하락한 리터당 1844.0원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안정세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격 하락 뒤에 숨은 정책적 버팀목
국내 가격이 국제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존재하는데요. 여기에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상승 압력을 한 차례 더 거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에 고시한 9차 최고가격을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유지하며 급등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동 분쟁 확산으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14.7달러까지 치솟고 국제 휘발유가 131.2달러, 국제 경유가 170.4달러로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유소에서는 당장의 큰 변동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책적 완충 장치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일시적으로 지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잠깐의 숨통, 뒤따를 상승 압력
하지만 이런 안정이 영원할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달 말에는 제10차 석유 최고가격이 새로 고시될 예정인데요. 그동안 억눌려 있던 국제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2~3주의 시차를 감안할 때 최근의 급등세가 이번 달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 가격에 스며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10차 최고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주유소 기름값도 뒤늦게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17주 연속 하락은 일시적인 숨통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운전자들은 이달 말 정부의 고시 내용과 이후 유가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