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안팎에 사라진 8조4천억
지난 29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4천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빠져나갔습니다. 미 동부시간 오후 4시 5분 첫 공격이 시작된 뒤 20분 안팎 만에 리플과 비트코인, 테더 등이 여러 지갑으로 이동했습니다. 시장 점유율 40%에 이르는 1위 거래소가 짧은 시간에 무력하게 뚫린 겁니다.
바이낸스는 사건 다음 날 보안 투자가 부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보안업체 티알엠랩스는 해커들이 최소 36시간 전부터 예행연습을 했다고 분석했지만, 거래소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업계가 이상 거래를 인지한 것은 공격 시작 뒤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해커들은 동결이 가능한 테더를 이더리움으로 바꾸고, 비트코인을 여러 지갑에 나눠 추적을 피했습니다.
90% 보전과 11월 1일 출금 재개
바이낸스는 탈취 자산의 90%를 자체 보호기금과 사내 유보금으로 우선 메웠다고 밝혔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테더, 유에스디씨 등 거래량 상위 10개 자산은 준비금을 100% 확보했고, 나머지 10%도 장내외 매수로 채우는 중입니다. 이용자 손실은 회사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거래소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출금 서비스는 11월 1일부터 재개됩니다. 다만 피해액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여러 지갑을 거쳐 세탁된 것으로 보여, 실제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등 다른 거래소들도 개인키 보관 방식과 취약점 점검을 강화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배후 의혹과 커지는 파장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와 티알엠랩스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습니다. 탈취 자금이 앞서 발생한 비트겟 해킹 자금과 섞인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체이널리시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의 약 89%가 북한 연계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가상자산 탈취가 북한의 주요 외화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연방수사국과 비밀경호국은 공조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소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모른다며 조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배후가 북한으로 확인될 경우 다음 달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논의되던 북미 대화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거래소들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세계 1위 거래소가 뚫린 만큼 보안과 자금세탁 대응이 업계 전체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