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인 줄 알았는데 '예시'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느닷없는 인수 소문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일본계 투자그룹 더 넥스록 그룹과 SVCV가 JYP 발행 주식의 25~50%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기준주가에 30% 프리미엄을 붙여 이르면 11월 20일 매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까지 붙였습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26일 3만6,000원에 마감했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만4,000원까지 치솟았고, 다음 날 정규장에서도 6.81% 오른 3만8,450원에 마감했습니다. 문제는 정작 JYP가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시했다는 점입니다.
숫자의 실체
공개된 자금 계획은 들여다볼수록 의문이 커집니다. 넥스록이 제시한 30억 달러, 우리 돈 4조원 규모 조달안은 초기 자본 5억 달러와 인수대출 20억 달러, 운영대출 5억 달러를 더한 구상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확보한 돈이 아니라 예시였고, 대출 승인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인수 주체의 실체도 불분명합니다. 넥스록 관련 법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사모증권 신고서에는 5,000만 달러 판매로 기록됐지만 투자자 수는 0명이었고, 설립 연도도 2024년과 2025년으로 엇갈립니다. 연매출 66억원 수준의 회사가 4조원대 거래를 언급한 셈이니 고개를 갸웃할 만합니다.
남은 쟁점은 경영권 방어
배경에는 올해 개정 상법이 있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면서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는데요. JYP는 박진영 공동위원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15%대에 그칩니다.
박 위원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같은 대체 방어 수단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신고서 제출 전 보도자료 배포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상거래를 예의주시하고,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고서가 없는 만큼 추격 매수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함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