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대화 기대에 한발 물러서
중동 정세를 둘러싼 외교적 움직임이 국제유가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27일 런던 ICE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일보다 1.67% 내린 배럴당 113.88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1.83% 하락한 99.90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이틀 연속 하락세입니다.
배경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의 고위급 회담이 있습니다. 테헤란에서 만난 각국 대표들은 평화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시장은 이 소식을 공급 차질 우려를 낮추는 신호로 받아들인 겁니다.
공격은 계속되는데
사실 긴장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 최대 규모인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을 공습하면서 군사적 충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화 기대와 무력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라 유가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후티의 공격은 유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합니다.
UBS는 불안정한 공급 상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연말까지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서 높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가가 내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죠.
물가와 통화정책의 시계
유가 흐름은 물가 전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이 세계 경제학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개국 가운데 31개국이 2027년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선진국 21개국 중에서도 15개국이 물가 상승률 전망을 높였는데요. 영국은 0.7%포인트, 유로존은 0.5%포인트, 미국은 0.2%포인트 올랐습니다.
반대로 금값은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0.9% 상승했습니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4074.60달러, 현물은 4055.1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은 이번 주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12월 인상 가능성은 83% 수준으로 반영돼 있습니다.
29일 발표될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 지수는 연준의 다음 선택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중동 대화가 진전을 보이더라도 물가 압력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의 고민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