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논바닥과 메마른 계곡
2026년 8월, 영남권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농촌을 강타했습니다. 울산 울주군의 천수답 논바닥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졌고, 볏잎은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벼와 옥수수, 들깨는 물론 딸기와 토마토 같은 밭작물까지 줄줄이 고사하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경남 하동 지역 농가에서는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는 절박한 모습까지 나타났는데요. 비닐하우스 안은 40도를 웃돌며 딸기 모종이 녹아내리고, 토마토는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낙과 현상이 속출했습니다.
축산 농가의 고통도 심각합니다. 경남 양산 원동면의 돼지농가는 지하수 부족으로 쿨링 패드 가동이 어려워 돼지들이 36~37도의 축사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폭염 시작 이후 폐사율이 평년보다 약 2배로 급증했으며, 먹일 물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에 농민들은 속수무책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와 계곡
이번 가뭄의 심각성은 숫자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울산 지역 82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8.4%로, 평년 7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경남 전체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 역시 40.1%에 그쳤고, 일부 보조 저수지는 0%까지 떨어져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평소 피서객으로 붐비던 경남 창원의 계곡은 물줄기가 완전히 끊겨 작은 물웅덩이만 남았으며, 밀양의 저수지는 토사가 그대로 노출될 정도로 메말랐습니다.
생활용수 공급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울산 회야댐의 유효저수율은 22.1%까지 하락했고, 경북 청도군은 일부 주민에게 생수를 미리 지급하며 급수차를 투입했습니다. 아직 광역상수도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뚜렷한 비 예보가 없어 장기화될 경우 생활용수 부족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민관군 총력 대응과 남은 과제
위기 상황에 지자체와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경남도는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32억 5,000만 원을 추가 확보해 관정 개발과 급수차 운영에 집중했습니다. 부산 기장군과 포항시도 각각 2억 5,000만 원과 26억 4,000만 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살수차와 급수차를 가동 중입니다. 특히 포항시는 해병대 제1사단이 27대의 굴착 장비와 급수차를 지원하는 등 민·관·군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금한승 기후부 1차관,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 등 중앙정부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용수 공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문제는 기상청 예보입니다. 당분간 뚜렷한 강수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라, 향후 열흘이 올해 농사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자체의 긴급 대응이 농가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모두의 시선이 하늘에 닿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