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늘어놓는 정보, 누가 걸러낼까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가 한국경제인협회 제주포럼에서 AI 시대의 기업 경쟁력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그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인간이 집중해야 할 영역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어떤 문제를 왜 풀어야 할지 정의하는 능력이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이런 역할은 쉽지 않습니다. 궤도는 AI가 생성하는 저품질 정보인 워크슬롭으로 인해 직원 한 명당 월평균 186달러의 기회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쓸모없는 정보를 정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간의 판단력과 검증 능력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찾아야 할 본질
AI 도입이 화두가 된 지금, 많은 기업이 기술 자체에만 매몰되기 쉽습니다. 궤도는 이에 대해 변하지 않는 산업의 본질을 먼저 파악하고 그 위에 AI를 얹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미국 농기계 기업 존 디어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농업과 농기계라는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으로 여러 대의 기계를 동시에 조종하는 독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둑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알파고 충격 이후 절망이 밀려왔지만, AI의 실시간 형세 분석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이 묘수와 실수를 함께 즐기게 됐고, 바둑은 인간의 고뇌가 살아 있는 치열한 두뇌 스포츠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처럼 AI는 본질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본질을 더 깊이 있게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선택의 순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궤도는 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역할로 감정을 꼽았습니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를 인용하며, 감정 담당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는 지능과 기억력은 유지해도 단순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정은 판단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전제조건인 것이죠.
그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는 59분 59초 동안 어떤 문제를 어떤 목적으로 풀 것인지 정의하는 데 집중하고, 실제 풀이는 남은 1초를 AI에 맡기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AI가 정답을 찾는 도구라면, 인간은 본질을 고민하고 정교한 질문을 만드는 존재로서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