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고층 빌딩
종묘 앞에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게 되면서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개발의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7일 종묘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종묘를 지키겠다"고 강력하게 선언했습니다. 이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건물 높이 제한을 대폭 완화한 데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서울시의 조례 개정을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98.7m, 청계천 변 141.9m로 상향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이로써 종묘에서 약 170m 떨어진地段에 초고층 건물 군락이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이번 개발 계획이 종묘의 역사문화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휘영 장관은 "해괴망측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종묘는 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조선 왕실의 신성한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장관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계획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체부의 입장 표명이 "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서울시 측은 세운지구가 오랫동안 낙후된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오 시장은 "사실 왜곡과 공격적 선동보다는 차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학계와 주민들의 갈등된 목소리
한국고고학회는 긴급 입장문을 통해 "고층 건물 건설이 문화적 기억을 잘라내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학회는 종묘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 움직임을 단호히 규탄했습니다. 특히 **종묘 앞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고층 건물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은 주민들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20년 넘게 재개발을 기다려온 세운4구역 주민들은 문체부의 제동에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한 주민은 "재개발을 왜 못 하게 하느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지위까지 위협받나
가장 큰 우려는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유산청 허민 청장은 "1995년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유네스코와 약속한 대로 종묘 주변 경관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독일 드레스덴과 영국 리버풀은 유산 가치 훼손으로 인해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문체부는 관련 법령 개정과 필요시 새로운 법령 제정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발이 추진될 경우 유네스코로부터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문화유산 보호법과 세계유산 특별법 등 기존 법체계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법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합의점 찾을 수 있을까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종묘 중심의 대규모 녹지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녹지축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세운 구역 일대 결합개발 방식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 시장은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러한 주장이 개발의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현재 양측은 다음 주 초 만남을 추진하며 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강력한 개발 요구와 문화재계의 보존 주장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종묘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논의가 앞으로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