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조치 종료 후 찾아온 비극
울산에서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60대 남성이 전처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3일 오전 11시 48분경, 가해자 A씨가 "아내를 죽였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신고 직후 A씨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고, 현장에서는 흉기에 찔려 쓰러진 전처 B씨가 발견됐습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 A씨는 과거 가정폭력으로 인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고위험 인물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총 3차례에 걸쳐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접근금지와 통신 차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더 나아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구치소에 유치하기도 했죠. 그러나 약 8개월간 구치소에 머물던 A씨가 별다른 위험 징후를 보이지 않자, 경찰은 올해 초 위험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고위험 가해자 관리 시스템의 사각지대
경찰은 가해자 A씨에 대해 현행법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 민간 경호업체를 동원했으며, 구치소 유치까지 이뤄졌는데요. 하지만 보호 조치가 종료되고 위험등급이 낮아진 후, 피해자 B씨는 이혼 후 남은 재산 분갈이와 짐 정리를 위해 A씨의 아파트를 혼자 방문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혼 판결 이후에도 물리적 분리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일대일로 대면하게 된 점입니다. B씨는 사건 당일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상태였고, 경찰에 동행을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한편 경찰은 매달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위협을 느끼는지 확인했지만, B씨는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법적 조치의 공백기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혼 후 안전한 분리를 위한 과제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이혼 후 안전한 관계 단절을 보장하는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혼 판결이 반드시 안전한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는데요. 특히 재산 분갈이나 짐 정리 과정에서 대면이 불가피할 때 갈등이 고조될 위험이 큽니다.
서혜진 변호사는 "현재는 경찰의 호의적 동행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짐 정리 동행 서비스 같은 공적 제도가 마련됐다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도 관계성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폭행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전한 분리를 돕는 제도적 장치가 확충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